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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로] 엔드리스 서머(Endless Summer) - 달로

 

 

엔드리스 서머(Endless Summer) / 달로 / 플랫폼 시리즈 / ★★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여 주세요)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손을 떼고 돌아서라는 경고조차 소용없었다.
의리는 더 깊은 것들을 나누는 사이에서나 가능하다던 오빠 친구와 마주한 시선 사이로 서로를 향한 욕망이 겹겹이 쌓였다.

“그런 눈으로는 보지 말고요.”

마냥 어리게만 생각했던 친구 동생, 지하연은.
친오빠의 친구이자 두 번 파혼한 과거를 가진 남자, 류진한의 먹이였다.

“내가 널 어떻게 보고 있는데.”

눈가를 쓸어내리며 알고도 묻는 표정은 뻔뻔했다.
안기고 싶다.
당기고 싶어.
진득한 시선 속에 점철된 감정을 마주할수록 하연은 견딜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내가, 욕심나는 눈.”

머뭇거리던 그의 손가락이 코끝을 슬쩍 누르고, 인중을 지나 마침내 입술을 긋고 내려왔다.
다시금 그의 품에 파묻혀 입술을 물고 싶은 욕구를 일깨우듯이.
선이 또렷한 입술 경계를 매만지던 손끝에 하연의 입김이 닿았다.

“정답.”

달큼한 숨이 흘러들었다.
결국은 예견된 일.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함께 뒤척이며 생각했다.
여름에 시작되어 여름에 모든 걸 잃은 너에게
이번만큼은 일생에서 가장 찬란한 계절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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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로님의 류씨 일가 세계관에서 호텔 사업체를 운영중이신 류진한이 주인공인 새 연작 소설입니다(아니 이렇게 표현하니까 넘 없어뵈네욬ㅋㅋ).

세상의 끝에서 등장했다고해서 전작을 읽고 읽어봐야 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작품을 즐기는데는 무리가 없다고해서 시작해봤어요. 저렇게 다정(?)하게 생겨가지고 파혼은 두번이나 했다길래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오빠친구라니. 아~ 설정만 봐도 설렐 수 밖에 없는 고런 관계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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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매열무로 하루에 한 편씩 보시기보다는 시작하셨으면 한 번에 쭈욱 달리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두 사람이 이어지기 위한 빌드업이 길어도 너어~~~무 길거든요. 향수 이야기로, 제주도 풍경 이야기로, 진한이와 하연의 주변인물들 이야기가 작품 내내 이어지고 두 사람의 로맨스는 후반에 몰아치다보니 이걸 하루에 한 편씩 보시다보면 풍경집을 보는 건지 로맨스 소설을 보시는 건지하고 조금 답답함을 느끼실수도... ㅠㅠ 

초장부터 남주,여주가 지지고 볶고 하는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로맨스를 기대하고 봤는데 다른 요소들이 주가되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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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설레는 어른 남자의 포인트에 진한이는 조금 맞지 않아 넘 슬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여주와의 로맨스에서 으른 남주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은 거였는데 그게 아니어서 슬펐다는 얘기가 맞겠네요. 초 ㅑ하...

남주가 자신의 가족들이랑 붙을 때 보여지는 강단 있는 모습이나, 김비서님과 대화할 때 넘나 다정하시면서 사적인 부분에서의 선이 분명히 보이는 부분들이 저에게는 이게 찐 어른...어른 남주 느낌인데, 하연이를 대할 때의 남주는 뭐랄까. 하연이를 어리게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진한이가 하연이를 어린애 취급하는게 아닌데도 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를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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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다른 게 주가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는 했지만 작품 내에서 그려지는 키피와 류진한의 향기라든가 제주도의 풍경은 너무 예뻤어요. 활자를 읽고 있지만 그림을 보고 풍경을 보는 것 처럼 예쁘고 색채가 느껴지는 컬러풀한 글이었어요. 하연이와 진한이가 있었던 제주도의 길을 그대로 따라 가고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이렇게 다 읽고나니 전 태조가 궁금해졌습니다. 잠깐의 등장으로도 이렇게 똘끼가 넘치는데 ㅋㅋㅋㅋㅋ 이런 사람이 또 사랑에 빠진다고하면 밑도 끝도 답도 없는게 참 맛도리쟈나요. 흐흐. 우선 카트에 담아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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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왜 자꾸 진한이를 태조라고 써놨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올려놓고 계속 수정하네요. 이건 어서 태조 이야기를 읽고 싶은 저의 무의식적인 반응일까요....ㅋ...ㅋㅋㅋㅋ